“학폭 신고 선동했지?” 교사 협박하고… 하루 200통 문자폭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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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학폭 신고 선동했지?” 교사 협박하고… 하루 200통 문자폭탄

by 별다람 2023. 7. 2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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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학교가 마치 지옥 같아요. 교단에 다시 서는 생각만 해도 숨이 안 쉬어지고 온몸이 덜덜 떨리고….”

지난 2018년 11월부터 5년째 휴직 중인 서울의 한 초등학교 교사 A 씨는 문화일보와의 통화에서 9월 복직을 앞두고 과거 학부모에게 당했던 ‘문자·알림장 테러’가 떠올라 공황장애 증상이 다시 나타나고 있다고 말했다.

4학년 학급 담임이었던 A 씨가 앱을 활용해 학급 공지를 올렸더니 한 학부모가 게시판에 “내 딸인데 왜 네 딸처럼 취급하냐”고 적은 것이 시작이었다. 학교생활과 상관없는 내용으로 가득한 200통 이상의 문자 폭탄이 매일 쏟아졌고, A 씨가 이를 차단하자 학부모는 아이 알림장에 “나를 무시하지 말라”는 폭언을 가득 적어 보내기도 했다. A 씨의 ‘스팸 차단’에 대한 보복성으로 교무실에 스팸 열댓 개를 쏟아버린 일도 있었다. 견디다 못한 A 씨는 휴직계를 냈고, 계획에 없던 둘째까지 가지며 최대한 휴직 기간을 늘렸다. A 씨는 자격증을 따고 대학 편입 시험을 알아보는 등 “준비가 끝나면 언제든 교직을 떠날 것”이라고 말했다.


2021년 12월부터 휴직 중인 인천의 한 초등학교 교사 B 씨는 학부모가 학교로 찾아와 자신에게 욕설을 퍼붓고 목을 조르던 기억이 아직도 생생하다고 털어놨다.

당시 초등학교 5학년 학생 담임을 맡았는데, 자신의 반 학생에게 학교폭력을 행사한 옆 반 학생이 학교 및 지역교육청에서 조사를 받기 시작하면서부터 문제가 불거졌다. 학폭 가해 아동 학부모가 매일 1시간 간격으로 “선생이 학폭 신고 선동한 거 아니냐”는 식의 민원을 학교에 넣었다.

학부모는 지인 두 명을 대동해 학교로 찾아온 다음 “따라 나오라”고 위협했고, 반 아이들의 동요를 우려한 A 씨가 경찰에 신고하자 욕설을 하며 목을 조르기 시작했다. “네가 우리 애 일진 만들었냐” “교육부에 신고해서 옷 벗게 만들어 주겠다”는 등의 폭언도 쏟아부었다. 심지어 학부모가 폭행 혐의로 B 씨를 맞고소하면서 법정에도 드나들어야 하는 상황이 빚어졌다. 올해 경기 하남 한 초등학교에서는 와이파이를 잡아달라는 5학년 아이의 요청을 거절했다는 등의 이유로 학부모로부터 아동학대 혐의로 고발당한 교사 C 씨가 1학기 휴직에 들어가는 사건도 있었다.

학부모 민원 폭력 등 일상이 된 교권침해 행위로 교사 이탈이 가속화되고 있다. 교육부에 따르면 최근 1년간(2022년 3월∼2023년 4월) 퇴직한 초·중·고 교원은 1만2000여 명으로 역대 최다였는데 특히 5년 미만 경력 교사들의 퇴직이 2년 새 2배 가까이로 늘었다. 고연차 교사들도 상황은 마찬가지여서, 초등학교 교사의 명예퇴직률은 2005년 0.2%에서 2021년 1.1%로 5배 이상으로 증가했고, 중학교는 0.2%에서 2.5%로 12배 이상으로, 고등학교는 0.3%에서 2.1%로 7배 이상으로 늘었다. 지난해 4월 1일 기준으로 질병 휴직 중인 정규 교원은 1639명으로 2021년(1478명)보다 161명(10.9%) 늘었다. 교사노조연맹이 지난 5월 유·초·중·고 교원 1만1377명을 조사한 결과 ‘최근 1년 사이 이직 또는 사직을 고민한 적이 있다’는 교사가 87%, ‘최근 5년간 교권 침해로 정신과 치료·상담을 받은 적이 있다’는 교사는 27%였다. 카톡 오픈 채팅방에는 ‘의원면직하고 싶은 초등교사방’ ‘이직을 준비하는 초등교사들’ 등 교직 이탈을 준비하는 모임도 다수 만들어진 상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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